[사설] 백열등 생산ㆍ수입 중단, 만시지탄이다
입력: 2013-07-16 19:47
[2013년 07월 17일자 23면 기사]
정부가 2008년 발표한 백열등 퇴출계획 따라 내년부터 백열등의 생산과 수입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체조명인 LED램프, 안정기내장형램프 등 에너지 효율이 높은 조명으로의 세대교체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백열전구는 연간 판매량이 2008년 1860만개에서 지난해 1050만개로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조명기기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공공기관에선 이미 백열전구가 거의 퇴출됐지만 아직도 3000만개가 가정과 상가의 화장실과 베란다 등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작에 특별히 기술이 국내 생산업체는 한 곳에 불과하고 대부분 중국에서 손질하는 데 의존하고 있다.
구매비용과 소비전력량, 수명 등을 고려하면 안정기 내장형 램프는 약 66%, LED램프는 약 82.3% 백열전구보다 연간 유지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도 연간 약 1800GWh 이상의 전력 절감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EU, 호주 등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도 단계적으로 백열전구 퇴출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올해 백열전구 대체 LED램프 보급 사업에 322억원을 투입하는 등 LED를 적극적으로 보급해 2020년까지는 LED조명의 보급률을 6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에너지 고소비 국가에 속한다. 2004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4.52TOE로 선진국인 일본(4.02), 프랑스(4.36), 영국(3.81)보다 높은 편이다. 특히 국민소득 대비 에너지 소비는 영국의 3배, 프랑스의 2.45배로 세계에서도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대부분인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그나마 원전가동 중단으로 유례없는 전력난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번 위기를 계기로 우리의 국가 에너지 시스템을 고효율 에너지국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이번 백열등 퇴출 조치 등 정부가 계획한 저전력 제품 사용 지원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다양한 녹색에너지 생산을 독려해야 한다. 또한 형광등도 LED 방식으로 시급히 바꾸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등 에너지 절약제품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
미국의 로스엔젤레스는 신호등과 가로등의 개량만으로 1300만달러어치의 에너지를 절약했다고 한다. 우리도 우리의 과학기술과 ICT 기술을 적극 활용하면 에너지 소비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정부와 국민들의 의지와 관심이다. 아무것이나 마음껏 쓰고 쉽게 버리던 습관을 버리고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에너지 고효율 방식으로 전환하려면 당장은 힘들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 잘 쓰고 있는 물건을 고효율 제품으로 바꾸려면 그만큼 비용도 감수해야 한다.
이같은 노력이 우리 후손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는 바탕이 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 장기적으로 적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이제 과제는 정책추진에 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백열전구 이용자가 대부분 농가나 저소득층이라는 점을 감안, 이들이 자발적으로 백열등을 대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백열등 이외의 에너지 고소비 제품에 대한 축소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